▣ 봇물 터지듯 말문도 터졌으면! (출처: 맘&앙팡 매거진, 2013년 4월호)
아이는 태어나서 36개월까지 놀라울 정도로 언어가 발달한다. 말을 잘하는 아이가 지능은 물론 정서적·사회적 발달도 빠르기 때문에 엄마들은 아이의 언어 발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말이 느려 고민인 엄마에게 수다쟁이가 되어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해주라고 한다. 하지만 언어 자극은 시기와 방법이 중요하며, 과하면 오히려 아이의 언어 발달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아이의 언어 환경과 엄마의 언어 자극 방법을 점검하고 조절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언어 발달이 고민이라면 기억해야 할 3가지
1. 언어표현력보다 언어이해력으로 판단하세요
생후 16~24개월 아이가 말을 못하더라도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행동한다면 언어표현력이 부족할 뿐 언어이해력에 문제가 없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아이의 전체적인 발달 상태를 점검할 때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바로 지능과 관련된 인지 발달 부분이다. 인지 발달은 비언어인지, 언어이해력, 언어표현력을 보고 판단하는데, 퍼즐놀이처럼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능력을 비언어인지, 말을 얼마나 알아듣는지는 언어이해력, 말을 얼마나 하는지는 언어표현력이라 한다. 언어 발달 상태를 점검하는 중요한 잣대가 바로 언어이해력인 것. 아이와의 의사소통을 점검해본다면 아이의 이해력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 언어 발달, 아이의 자발성을 존중해주세요
아이의 흥미에 맞춰 말을 걸어주되, 주의를 끌려고 하거나 쓸데없이 질문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 아이의 하루 생활에서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것에 말을 걸어준다면 아이의 언어 능력은 차츰 자랄 것이다. 아이의 성향이나 발달 상태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반적인 잣대로 아이의 언어 발달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생후 24개월에는 두 단어를 말한다던데’ 식으로 아이를 평가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금물이며, 아이의 발달 단계상의 개월수로 대해주고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3. 엄마의 양육태도를 점검해보세요
아이의 언어 발달은 무엇보다 엄마의 양육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평소 아이와 잘 놀아주고 교감을 쌓는 것이 언어 발달의 시작이다.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면 아이가 구체적인 뜻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엄마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엄마와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 엄마와의 유대감과 애착형성은 언어 발달을 위한 중요한 전제다. 아이에게 어떤 언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생후 24개월 아이, 말이 느리다 생각된다면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언어 발달이 늦다 그렇지 않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평균적으로 말문이 트이는 시기로 알려져 있으므로 아이의 언어 발달 상태를 점검해보고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본다.
📷 말이 느린 아이, 원인별 솔루션
단순히 말이 느린 아이
대개 마음속에서 언어가 형성되는 중이므로 가급적 많은 말을 들려주는 것이 좋다. 말을 익히는 순서는 듣기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말하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엄마의 지시사항을 제법 잘 따라 하지만,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아이가 해야 할 말을 엄마가 말해주기보다는 아이가 나름대로 몸짓을 이용하거나 부족한 언어라도 무엇인가 말하게끔 한 다음에 반응해주는 것이 좋다.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거나 엄마가 함께 놀면서 말을 많이 해주는 것, 아이의 행동에 “그렇지?” “잘하네” “왜 그럴까?” 등의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 마치 메아리처럼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얘기해주는 것 등이 아이의 언어 발달 촉진에 도움이 된다.
인지 발달이 느린 아이
인지 발달이 느린 상태에서 언어 발달 지연이 동반되는 경우다. 엄마의 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고, 손동작이나 물건 조작도 서투르며, 배변 훈련 등도 늦어진다. 따라서 언어 발달적인 자극을 포함하는 인지적 자극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블록 쌓기, 퍼즐 맞추기 등과 같이 손을 이용한 놀이를 하면서 엄마가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아이로 하여금 엄마를 모방하게끔 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특히 관심을 보이는 놀이가 있다면, 그것에 집중하면서 관련된 기술을 향상시켜 자신감을 높이도록 하면 효과적이다.
사회성과 정서 발달이 느린 아이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반응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말을 잘하지 않고, 주로 혼자서 놀려고만 한다. 이 경우 언어 발달 촉진을 뒤로 미루고 사회성 향상에 초점을 두는 것이 순서다. 즉 엄마가 아이와의 긍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아이와 항상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아이의 놀이에 엄마가 동참하여 함께 즐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엄마가 먼저 놀이를 시도해서 아이의 참여를 이끄는 것이 좋으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바깥에서의 활동을 시도하거나 상호 작용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아빠도 아이와 함께 자주 놀아주기를 권한다. 언어 발달을 위한 자극은 아이의 행동 이면에 숨어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추정하여 엄마가 대신 말해주기 등의 방법이 유용하다. (예: “우리 민수가 자동차를 좋아해서 장난감 차를 집었구나!” “이 차가 제일 멋있어 보이네.)
연령별 최고의 언어환경을 찾아라
생후 0~12 개월 엄마와의 눈맞춤으로 교감을 시작해요
울음으로 시작되는 아이의 의사 표현은 옹알이 단계를 거쳐 점차 의미를 가진 소리로 발전한다. 이 시기는 특히 엄마와의 유대감이 중요한데, 아이도 엄마 아빠의 말과 행동, 목소리, 표정 등을 주시한다. 아이에게 눈을 맞추며 아이의 행동에 대해 간단한 문장으로 천천히 반응하고 말을 건넨다.
생후 13~24 개월 여러 번 질문해도 똑같이 친절하게 답해주세요
한 단어에서 두 단어를 결합하는 시기로 호기심이 왕성해져 질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반복해서 질문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화를 내거나 퉁명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금물. 여러 번 물어도 똑같이 정확하게 대답해주면 아이들의 어휘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생후 25~36 개월 엄마의 격려에 아이는 말하는 용기를 얻어요
웬만한 말은 다 알아들으며, 동사의 표현이 급격히 늘어난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 문장을 이루는 문장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책을 볼 때 단순히 “코끼리가 어디 있지?”라고 질문하지 말고, “코끼리가 밥을 먹고 있는 그림 어디 있나요?” 식으로 상황에 맞는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언어 발달, 이럴 경우 느릴 수 있어요
엄마의 언어자극이 부족한 경우
부모와의 대화는 아이가 사회적 의사소통을 발달 시키는 1차적인 환경이다. 이 부분이 줄어들수록 아이의 언어 발달이 점차 느려진다. 단적인 예로 아베뇽의 야생소년은 언어 발달이 중요한 시기에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여 이후에 아무리 훈련해도 간단한 문장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다. 적절한 시기에 부모와의 교감을 통한 유대감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명심한다.
부정적으로 언어자극을 주는 경우
아이의 잘못된 언어행동을 다듬어줄 생각에 이해 하기보다는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꾸중한다면 아이들은 말에 대한 즐거움보다 말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에 신경 쓰게 되어 오히려 말문을 닫을 수 있다. 말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꾸중을 듣지 않기 때문. 아이의 말을 지나치게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발전해가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관성 없는 부모의 태도
아이의 언어 발달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아이가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유형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똑같은 상황임에도 어떠한 경우에는 엄마가 칭찬해주었는데, 또 어떤 경우에는 꾸중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언어표현에 믿음을 갖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
불안한 심리적 정서를 유발하는 상황은 아이의 언어 발달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보이거나 엄마가 화난 모습을 자주 보인다면 아이는 정서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정상적인 언어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일방통행 언어자극이 많은 경우
텔레비전은 말을 많이 듣게 하지만 피드백을 하지 않는 대표적인 언어자극으로, 아이의 언어 발달을 방해한다. 서로의 표정과 말과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언어자극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만 전달되는 일방적인 언어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역효과를 가져온다.
생후 26개월, 문장을 말하기 시작한 동준이와 엄마의 집중 생활법
1. 하루 15분, 동준타임 만들기
매일 15분씩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다. 아이는 자신이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엄마의 입을 통해 언어로 표현됐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밥을 먹다가 물이 마시고 싶을 것 같다면 “동준이 물 줄까요?” 라고 말해주면 아이가 “무~”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따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차츰 익숙해지면 “물”이라고 발음하는 날이 오고, 조금 더 지나면 “물 줘”라고 두 단어를 연결하는 시기도 온다.
2. 낱말카드보다 효과적인 그림책
낱말카드를 보여주기보다, 동화책의 문장을 읽어주기보다 의성어·의태어가 나오는 책이나 단순한 그림책을 언어 교재로 삼았다. 동물이 나오는 의성어 그림책을 통해 동물 이름도 묻고 답하며 해당 동물의 울음소리나 생김새, 어디에 사는 동물인지, 느낌은 어떤지 다양하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 방법. 한 가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연습도 할 수 있다.
3. 아이의 표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몸짓이든 말이든 아이가 의사표현을 할 때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것은 단순한 방법이지만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생후 24개월 아이에게는 인지 발달, 언어 발달 등 모든 발달에 도움이 된다. 가령 아이가 책을 보고 싶어 엄마 손을 잡고 책장 앞에 가서 책을 꺼내 온다면 “동준이가 엄마랑 책을 읽고 싶었구나. 엄마가 같이 볼까요?”라고 반응해주는 것. 아이가 “네” 하거나 고개를 끄덕인다면 엄마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의사표현이 쌓여서 어느 날 말로 표현된다.
4. 풍부한 표정과 눈빛 교환
아이는 언어만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다.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줄 안다면 말이 조금 느리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표정과 눈빛, 몸짓으로 풍부하게 표현하려 노력하는 것도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 블록을 쌓아놓고 하나씩 던지며 장난을 치는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경고의 눈빛을 보냈을 때 개구쟁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엄마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걸 알지만 나는 재미있어서 계속할래요’라는 눈빛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사소통이 된다.